한화와 삼성SDI가 해군과 협력해 전기 잠수함을 개발하며 해양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간 선박 및 글로벌 시장 확대를 기대한다.
전기 잠수함으로의 전환, 2차전지가 디젤을 대체
한화오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성SDI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전기 잠수함 개발 프로젝트가 군과의 협업을 통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이 개발한 2차전지 기반 배터리는 올해 3분기 해군의 최종 테스트를 앞두고 있어,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면 2027~2028년 사이 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는 디젤 엔진 기반의 기존 잠수함 동력 시스템을 전기 기반으로 대체하는 대전환의 시작점이다.
전기 잠수함은 기존의 디젤 엔진과 납축전지 구조에서 벗어나, 2차전지를 주 동력원으로 삼는다. 이 배터리는 수면 위든 잠수 중이든 전력 공급이 가능하며,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해 함정 내 전기 사용의 효율을 극대화한다. 디젤 엔진은 보조 동력원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될 예정으로, 배출가스 감축과 연료비 절감이라는 친환경적 이점은 물론, 작전 수행 중 발생하는 소음을 줄여 군사적 효율도 높아질 전망이다.
해군이 주목하는 핵심은 소음 저감과 잠수 시간의 획기적인 증가다. 기존 납축전지 기반 잠수함에 비해 2차전지를 사용하는 전기 잠수함은 소음 발생이 적어 적의 음파 탐지기를 피할 수 있고, 잠수 시간은 최대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해양작전에서의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배터리 기술의 고도화가 계속된다면, 앞으로는 임무 수행 가능 시간도 점점 늘어나 해양작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무기 체계 개선을 넘어, 국방 에너지 시스템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민간 선박까지 확산될 해양 전동화의 물결
이번 해군과의 전기 잠수함 프로젝트는 방위산업을 넘어 민간 산업에도 커다란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박용 2차전지 기술이 군을 중심으로 빠르게 상용화되면, 민간 조선사와 선사들도 해당 기술을 채택할 유인이 커질 전망이다. 해양 전동화의 초기 비용은 높은 편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지비용 절감과 친환경 대응 측면에서 매력적인 대안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선박이나 잠수함용 2차전지를 적극적으로 개발·양산하는 민간 기업이 드물었다.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제작 비용과 기술 요구 수준이다. 전기차와 달리 해양용 배터리는 장기간 충전 없이 운항해야 하고, 극한의 환경에서도 안정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폭발이나 화재 위험도 제로에 가깝게 관리되어야 한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개발은 진행돼도 수익화가 어려웠다.
그러나 군이 초기 수요를 이끌고, 테스트와 양산까지 주도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군수 시장을 통해 일단 기술이 완성되고 생산량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단가가 낮아지고 민간 시장으로 기술이 확산될 수 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주요 조선 및 배터리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로 업계는 해양 전동화 기술이 관광용 잠수정, 여객선, 연안 수송선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초기에는 친환경 관광상품이나 고급 레저 선박 중심으로 확산되겠지만, 향후에는 해양플랜트나 상선 분야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국방 기술이 아닌, 국가 미래산업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커지는 전기선박 산업의 기회
해양 전동화의 가능성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기추진선 시장은 2023년 약 40억 달러(5조7000억 원)에서 2032년까지 약 280억 달러(약 40조 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연평균 성장률이 20% 이상에 달하는 수준으로, 조선과 배터리 산업 양쪽에서 모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친환경 선박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IMO(국제해사기구)의 탄소배출 규제도 전기선박 도입을 촉진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선박은 탄소배출량이 많고 연료비가 높아 규제에 취약하며, 장기적으로는 유지비용 측면에서도 불리하다. 반면 전기추진선은 배출가스를 거의 내지 않고 연료비 절감 효과가 있어 선주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중해, 북유럽 등 관광 중심의 해양 국가들은 이미 전기보트와 소형 전기선박을 실용화하고 있으며, 선박용 배터리 기술의 안정성과 범용성이 확보되면 중대형 선박으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조선·배터리 기술력이 결합된다면, 글로벌 전기선박 시장에서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한화와 삼성의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서, 산업의 지형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향후 조선업의 수익 모델 다변화, 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시장 창출, 국가 차원의 녹색성장 전략과도 맞물려 중장기적으로 파급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 출처: 알쓸쩐담 경제생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