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기판 개념 및 반도체 응용
유리 기판은 차세대 반도체 기술에서 핵심적인 전환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패키징에서 기판은 칩을 안정적으로 고정하고, 전기적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는 주로 플라스틱 기반의 유기물 기판이 사용되어 왔지만, AI 반도체 시대에는 연산 속도와 데이터 처리량이 폭증하면서 기존 기판의 한계를 뛰어넘을 기술이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유리 기판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유리 기판은 우수한 평탄도, 고순도, 내열성, 화학적 안정성 등 물리적·화학적 특성에서 플라스틱보다 우월하다. 특히 칩렛(Chiplet) 패키징 방식과의 높은 궁합으로 인해, 고성능 AI 반도체 구현에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여겨지고 있다. 칩렛은 여러 개의 기능별 칩을 하나의 기판에 결합해 성능을 극대화하고 전력 소비는 줄이는 기술이다. 이러한 고집적 설계에서는 미세 정밀도와 안정성이 중요하고, 유리 기판이 이를 충족할 수 있다.
SKC 유리 기판 양산 계획 및 기술 전략
국내에서 유리 기판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기업은 SKC다. SKC는 자회사 앱솔릭스를 통해 미국 조지아주에 유리 기판 양산 공장을 설립했으며, 2025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개시할 계획이다. 이미 양산 설비 구축이 완료된 상태이며, 시제품 테스트와 고객사 대응 시스템도 정비되고 있다.
SKC는 2020년대 초부터 유리 기판 기술 개발에 착수해 왔으며, 현재까지 수백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KC는 고해상도 가공 기술과 기판 균열 방지 설계, 고집적 신호 처리 시스템 등 유리 기판에 특화된 공정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설계사와 공동 개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며, 빠른 시간 내에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기 유리관통전극 기술 개발 현황
삼성전기는 유리관통전극(TGV: Through Glass Via) 기술을 중심으로 유리 기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TGV는 유리 기판에 수천 개의 미세 전극을 뚫어 전류가 흐르게 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소자의 고집적화와 고속 신호 전송을 실현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유리의 단단한 특성상 가공이 어렵기 때문에 초정밀 레이저와 화학식 식각 기술 등이 활용된다.
삼성전기는 기판 균열을 방지하면서 고밀도 TGV 구조를 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반도체와의 열팽창 계수 차이 극복을 위한 신소재 연구도 병행 중이다. 삼성전기의 강점은 이미 PCB(인쇄회로기판) 분야에서 축적한 대량 생산 노하우와 글로벌 고객 기반이다. 이를 바탕으로 유리 기판을 차세대 고성능 패키지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LG이노텍 멀티레이어 코어 기술 및 상용화 로드맵
LG이노텍은 유리 기판 내부에 다층 구조를 형성해 신호 효율을 높이는 멀티레이어 코어(MLC) 기술에 주력하고 있다. MLC는 유리 내부에 수십 개의 회로층을 집적해 신호 손실을 줄이고 고속 데이터 전송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AI 및 고성능 컴퓨팅(HPC)용 반도체 패키지에 매우 적합하다.
LG이노텍은 2025년 말까지 MLC 기반 유리 기판 시제품을 개발해 주요 고객사와 공동 테스트에 돌입할 예정이며, 이를 기반으로 2026년부터는 연간 수천만 달러 규모의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애플, 엔비디아 등 글로벌 IT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기술 상용화의 기대감이 크다.
글로벌 유리 기판 시장 전망과 기술 경쟁력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유리 기판 시장은 2023년 71억 달러에서 2028년 84억 달러로 연평균 3.4% 성장할 전망이다. 유리 기판은 아직 초기 시장이지만, AI 반도체와 고성능 컴퓨팅 수요의 증가로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내 기업들이 선도적으로 기술을 확보할 경우, 미국·대만·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패키징 시장에서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초정밀 가공, 고온 내구성, 전기적 신호 손실 최소화 등 다양한 난제가 남아 있으나, 이들 문제를 해결한 기업은 높은 진입 장벽 덕분에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현재 SKC가 상용화 측면에서 한 발 앞서가고 있으며,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각기 다른 기술 포인트를 중심으로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각 기업의 전략은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걸쳐 파급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유리 기판 기술이 이끄는 반도체 패키징 혁신
유리 기판은 단순한 소재 전환이 아닌, 반도체 패키징 기술의 근본적인 혁신을 의미한다. 특히 AI와 HPC, 5G 통신 등 차세대 산업의 핵심 인프라에 유리 기판이 도입되면서 기술적, 산업적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현재 확보한 기술력과 상용화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면, 한국은 AI 반도체 패키징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 유리 기판 경쟁력 확보는 국가 기술 자립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